혁신적 개념의 주거단지들 - (2) 뢰머슈타트 주거 단지(Siedlung Römerstadt)

혁신적 개념의 주거단지들의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사례로 에른스트 마이(Ernst May)가 설계한 뢰머슈타트 주거 단지(Siedlung Römerstadt)를 들 수 있습니다.

Ernst May, Siedlung Römerstadt, 1927-28

 

에른스트 마이는 20세기에 활동하였던 건축가들 중에서 주거환경의 개혁에 가장 큰 열정을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주거환경 개혁을 사회개혁을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여겼으며, 그의 업적은 새로운 주거문화를 위한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입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과 열정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그의 업무 영역은 도시, 단지, 주택 계획에서부터 부엌, 화장실에 이르는 모든 공간과 시설에 대한 개혁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인간 생활의 모든 공간과 시설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한 유일한 건축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노력과 업적은 현대 건축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건축물의 기능성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마이는 언윈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가 추구한 전원도시의 개념은 기존의 개념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워드가 생각한 위성도시는 자족적인 도시인 반면, 마이의 위성도시는 모도시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마을에 붙어서 자리하는 ‘커다란 주거지’였습니다. 이는 기술적, 심리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그의 독창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의 이런 접근 방식은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고, 도시 생활의 품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뢰머슈타트 주거단지 - Siedlung Römerstadt

뢰머슈타트 주거단지는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주거단지로, 마이가 설계한 단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단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건축물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단지는 건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전윈 풍의 단지로, 인접한 니다 강으로 시야를 넓혀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그의 전원도시 개념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단지는 지테의 낭만적 속성이 드러나는 요소로, 강과의 경계부에 제방을 쌓아 일부를 일정한 간격으로 강 쪽으로 돌출시킨 것이 독특한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단지의 주민들이 강을 전망하는 장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강 쪽에서 보았을 때 마치 연속된 성채와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였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건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좌측의 주거단지는 직선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남성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중간에서 강 쪽으로 꺾이는 주동의 배열을 통해 시선의 변화를 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건축물의 구조를 통해 공간감을 조절하고, 다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반면에 우측의 주거단지는 곡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성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곡선의 구조를 통해 시선이 부드럽게 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건축물의 모양과 구조가 주는 미학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또한, 뢰머슈타트 주거단지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모든 주택에 넓은 정원을 제공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연립주택에는 앞마당과 15m 정도의 넓은 뒷마당이, 아파트에는 공동 정원이 제공되었습니다. 이 정원은 녹지가 풍요로운 전원도시를 추구한 건축가의 이념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그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이곳에서는 생산활동도 이루어지는데, 이 정원을 통해 채소와 과일을 길러서 자급자족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주거공간이 단순히 거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여러 가지 면을 아우르는 공간이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푸른 녹지와 밝고 깨끗한 단지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데, 이것이 마이가 추구했던 ‘새로운 주거환경’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철학과 노력이 담긴 뢰머슈타트 주거단지는 그의 업적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현재에 와서도 그의 철학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접근방식은 현재에도 우리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참조서적 : 손세관, 이십세기 집합주택 근대 공동주거 백년의 역사, 열화당, 2016
* 이미지 출처 : Siedlung Römerstadt, ernst-may-gesellschaft.de, https://ernst-may-gesellschaft.de/wohnsiedlungen/roemersta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