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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베를린의 새로운 주거환경 개혁

by semo00 2024. 2. 5.

베를린의 새로운 주거환경 개혁은 1920년대와 1930년대 프랑크푸르트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선구적인 실험들과 함께 시도되었습니다. 

 

중심 인물로는 마르틴 바그너와 브루노 타우트가 있었고, 근대건축의 주요 인물들인 발터 그로피우스, 한스 샤룬, 휴고 헤링 등도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베를린에는 프랑크푸르트와는 다른 성격의 근대적 주거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1900년대에 들어 베를린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외로 나가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베를린은 전원도시 이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도시로, 1920년에 새로운 행정구역인 대베를린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거단지 건설을 위한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베를린에서는 주거환경 개혁을 위해 건축법을 제정하고 세금제도를 정비하였습니다. 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임대세와 주거공평세를 신설하였고, 이를 통해 공공기관인 주택복지사업공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베를린에서는 주택조합의 활동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주택조합은 주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결성되었고,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대규모의 주택조합들도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의 활동으로 베를린에서는 1919년에서 1931년 사이에 약 238천호의 주택을 건설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베를린은 근대적 주거환경의 정립과 확산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마르틴 바그너와 브루노 타우트, 그리고 전원도시 이념

20세기 초기, 베를린의 주거환경 개혁을 이끄는 두 주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르틴 바그너(Martin Wagner)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로, 각각 도시계획 감독과 건축가로 활동하며 베를린의 도시계획과 주택건설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르틴 바그너는 도시계획 감독으로서, 도시의 밀집된 중심부에서 외곽의 저밀도 주거지까지 네 단계로 구분되는 환상형 도시구조를 설정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도시 내에서도 전원도시 이념을 구체화하려했으며, 방사형으로 녹지가 분포하는 도시구조를 제안하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이념은 그가 시행한 일련의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에서 어느 정도 구현되었습니다.

 

브루노 타우트는 주로 건축계획에 주력하는 건축가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저서를 통해 자신의 전원도시 이론을 구체화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시의 공간구조를 '분산'하려는 의지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는 미래의 이상적인 삶이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계수단을 자연으로부터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외에 자리하는 전원풍의 주거단지가 가장 이상적인 정주지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타우트는 베를린 외곽에 '팔겐베르크 전원도시'를 계획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완성되지 못하였으며, 실제로 건설된 주택은 128호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지는 그의 유색 건축물로 인해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마르틴 바그너 역시 베를린 외곽에 '린덴호프 주거단지'를 계획하였습니다. 이 단지에서 바그너는 '새로운 주택'을 위한 원칙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원칙은 도시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 단지는 전후 복구과정을 거쳤지만, 원래의 모습은 상당히 사라졌습니다.

 

결국, 마르틴 바그너와 브루노 타우트는 도시 내에서도 전원풍의 생활환경을 구현하려는 전원도시 이념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들은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도시의 주거환경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베를린의 보석, '말굽형 주거단지'

 

Großsiedlung Britz, 1925-27

 

1920년대에 건설된 '브리츠 주거단지'(Großsiedlung Britz)는 베를린의 노이쾰른 자치구에 속해 있으며, 브루노 타우트가 마르틴 바그너와 레베레히트 미게와 함께 계획한 곳입니다. 이 단지는 특히 중앙에 위치한 말굽 모양의 주동이 독특한 특징으로 두드러집니다. 이 단지는 도시의 중심에서 빛나는 '유리탑'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주민들의 생활의 구심점인 동시에 사회적 결속의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브리츠 주거단지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두 종류의 주거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파트는 주로 말굽형 주동, 단지의 동쪽, 북쪽, 그리고 남쪽과 경계를 이루는 주동들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와 반면, 단독주택은 단지의 '속살', 즉 내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단지는 외부로부터 보호된 안전한 '낙원'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타우트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주거단지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색채의 사용입니다. 단지 내의 건물들을 리듬감 있게 분절하여 각 주택에 개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적갈색, 노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을 혼합해서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건물의 내부도 강한 색조로 마감하여 풍부한 색채 표현을 통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 단지는 그 구조와 디자인을 통해 당시 독일이 추구하던 '새로운 건축''새로운 주거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타우트가 사회적으로 결속된 노동자 계층의 '새로운 주거환경'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의 의도는 다양한 색채들이 빛을 발하는 순수한 형태의 건물들이 풍요로운 녹지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 단지는 주변에 있는 다른 단지와는 차별성을 띠고 있습니다. 동쪽에 위치한 다른 단지는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강조한 반면, 브리츠 주거단지는 급진적인 근대주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각의 단지가 그 시대의 사회적, 건축적 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브리츠 주거단지는 그 독특한 구조와 디자인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건축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 참조서적 : 손세관, 이십세기 집합주택 근대 공동주거 백년의 역사, 열화당, 2016
* 이미지 출처 : Großsiedlung Britz, https://www.berlin.de/landesdenkmalamt/welterbe/welterbestaetten/siedlungen-der-berliner-moderne/grosssiedlung-britz-654617.php